개발 블로그 시작의 계기
한마디로 말하자면,
개발자 인생을 살면서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흔적을 남기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저는 하던지 말던지 항상 무관심하고, 제 진로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세월을 보내왔었습니다.
과거부터 어떤 일이든 흥미를 갖고, 이것저것 만져보는 것과는 반대되는 성격이죠.
별 생각없이 대학교 진로를 컴퓨터 공학과로 정했고 프로그래밍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그 결과를 보는 순간에 매혹되었습니다.
연구실에 들어가서 연구실 프로젝트에 집중했고, 그 결과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1학기만에 그만두고, 3년이라는 긴 휴식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쉬면서 제가 얼마나 게으를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러다 몸이 근질거려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일을 할 때와 안할 때의 차이를 경험한 순간, 이 순간을 까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일기장을 사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1줄 ~ 3줄 정도의 메모에 가깝지만, 오히려 짧아서 더 쉽게 눈에 더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휴식이 3년차로 접어들기 시작하고, 제가 일기장에 기록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제가 알바하는지 몰랐던 식당에 손님으로 마주친 순간',
'진상 손님들이 와서 진상짓을 해도 참고 넘어가는 걸 사장님과 직원들이 칭찬해줄 때의 순간',
'사장님이나 직원들께 미숙한 부분들로 인해서 혼났던 순간' 등
점점 과거로 가면서 '첫 알바를 하게 된 순간' 의 기록을 보았을 때, 일기장에는 적혀있지 않은, 대학교때 처음으로 제가 설계하고 개발했던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을 때의 기쁨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이 제가 개발자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30이라는 늦다고 한다면 늦은 나이로 첫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정확히는 29살 12월)
나중에도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순간의 기쁨을 기록하고 싶었고, 이왕 개발자가 된거 좀 더 멋있게 기록하는게 나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선배들께 물어보니 개발 블로그를 만드는게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고, 그 의견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자기계발이 더 중요한게 아닌가'
'시간이 없지는 않지만 짬짬히 내기에는 애매하다'
와 같은 생각들이 스멀스멀 자리를 차지하더라구요.
그리고 머릿 속 반대쪽 구석에서는
'나를 자랑하는 용도로 이걸 써도 되나?'
'내가 잘못된 정보를 공부해와서 남들한테 알리는 꼴이 아닐까?'
'회사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블로그 관리라는 업무까지 해야하면 더 스트레스 받는건 아닐까?'
와 같은 생각들이 스멀스멀 채워지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이 났습니다.
고민과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비생산적인 고민들로 힘들어 할 바에는 시작도 하지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입사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부족한 부분을 정말 많이 알아갔고, 잘못알고 있던 부분도 정말 많이 고쳤습니다.
'예외처리' 얘가 제일 많이 애를 먹였던거 같습니다.
기본적인 예외처리는 남들이 코드에 기본적으로 넣는 부분이건만, 입사 초기의 저는 왜 굳이 넣어야할까 생각만하고 실제로 검색은 안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오류가 제 작업시간을 가져갔죠.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여나가고 있고, 이제 얘들을 기록만 남기면 된다고 계속 생각만 하는것도 1년입니다.
슬슬 해야겠지 싶은 시점에서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어떤 일이든 한번 잡으면 빠져볼 시간이 많아졌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일단 시작해보고 생각하자는 마인드까지 장착하여 첫 글을 작성합니다.